2D 평면 낸드에서 3D V-NAND로의 기술 전환 배경

스마트폰과 SSD 대용량화를 이끈 2D 평면 낸드에서 3D V-NAND로의 전환 배경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0나노급 평면 미세화에서 발생한 셀 간 간섭과 누설 한계부터 원통형 채널을 수직으로 뚫어 쌓아 올린 3차원 적층 혁신 메커니즘을 확인해 보세요.


10나노급 평면 낸드(2D NAND)가 직면한 물리적 미세화 한계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내부 저장 공간이나 컴퓨터의 빠른 부팅을 책임지는 에스에스디(SSD)의 핵심 부품은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데이터가 그대로 보존되는 비휘발성 낸드 플래시 메모리입니다. 낸드 플래시 산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더 작은 면적의 실리콘 웨이퍼 위에 더 많은 메모리 방(셀)을 다닥다닥 집어넣는 이른바 미세화 공정을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선폭을 좁혀 하나의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메모리 셀의 숫자를 늘리면 칩의 생산 단가는 극단적으로 낮아지고 저장 용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도체의 가로세로 크기를 깎아내어 평면 바닥에 나열하는 2차원 평면 낸드(2D Planar NAND) 기술은 회로 선폭이 10나노미터 초반대 영역에 진입하면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치명적인 물리적 한계의 벽에 정면으로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10나노급 평면 낸드(2D NAND)가 직면한 물리적 미세화 한계
10나노급 평면 낸드(2D NAND)가 직면한 물리적 미세화 한계

평면 낸드의 발목을 잡은 가장 치명적인 첫 번째 문제는 인접한 메모리 셀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너무 좁아지면서 발생한 셀 간 기생 정전용량 간섭 현상(Crosstalk)입니다. 2차원 평면 구조에서는 1비트를 저장하는 작은 방들이 실리콘 기판 위에 바둑판처럼 평면으로 빽빽하게 붙어 있습니다. 과거 선폭이 수십 나노미터 이상으로 넓었을 때는 옆집 방과 내 방 사이에 절연막 벽이 두껍게 자리 잡고 있어 서로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폭이 10나노미터 수준으로 바짝 좁혀지자 방과 방 사이의 간격이 불과 원자 수십 개 두께로 극단적으로 가까워졌습니다. 그 결과 옆집 방에 전자를 집어넣어 데이터를 기록할 때 발생하는 강력한 전기적인 힘이 바로 옆 셀의 전압 상태를 제멋대로 흔들어버리는 간섭 노이즈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즉 내가 내 방에 전자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옆집에서 데이터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내 방의 전압이 올라가 데이터가 0에서 1로 멋대로 왜곡되어 버리는 치명적인 읽기 오류가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온 것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전자를 가두는 방의 크기 자체가 너무 작아지면서 발생한 보관 전하량의 극소화와 누설 전류 문제입니다. 2차원 평면 낸드에서는 전기를 잘 통하는 도체인 플로팅 게이트라는 작은 금속 방 안에 전자를 채워 넣어 0과 1을 판정했습니다. 그런데 회로의 폭을 억지로 줄이다 보니 플로팅 게이트 방의 크기도 모래알보다 작게 쪼그라들었습니다. 방의 크기가 극단적으로 작아지자 그 안에 최대로 가두어 둘 수 있는 전자의 숫자가 불과 수십 개에서 수백 개 수준으로 바닥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데이터를 쓰고 지우는 과정에서 얇은 산화막 절연체 벽에 미세한 손상이 생겨 전자가 단 몇 개만 밖으로 새어 나가도, 방 안에 남아 있는 전자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어 컴퓨터가 데이터 0과 1을 분별할 수 있는 문턱 전압의 여유 간격이 사라져 버립니다. 단 몇 개의 전자 누설만으로도 파일이 깨져버리는 극도의 신뢰성 추락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더 나아가 10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 패턴을 실리콘 표면에 찍어내기 위해 노광 장비와 마스크 공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 멀티 패터닝 공정이 도입되면서, 칩을 만드는 제조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면적을 줄여서 얻는 원가 절감 효과보다 공정 난이도 상승으로 인한 제조 비용 증가와 불량률 폭증이 훨씬 더 커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제적 한계점에 도달한 것입니다. 결국 실리콘 바닥면이라는 제한된 2차원 평면 위에서 선폭만을 억지로 가늘게 깎아내던 전통적인 2D 낸드 스케일링 방식은 물리 법칙의 한계와 비용의 한계라는 두 개의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사실상 기술적 수명을 다하게 되었습니다.


평면 단독주택에서 수직 고층 아파트로의 전환

평면형 2D 낸드가 10나노미터의 벼랑 끝에서 더 이상 미세화가 불가능해졌을 때, 반도체 공학계는 인류 역사상 가장 대담하고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냈습니다. 좁은 땅 위에 단독주택을 다닥다닥 붙여 짓다 보니 이웃집과 부딪히고 소음이 나는 한계에 다다르자, 주택의 크기를 억지로 줄이는 대신 하늘 높이 고층 아파트를 지어 올리는 방식으로 주거 공간을 넓힌 것과 똑같은 원리입니다.

평면 단독주택에서 수직 고층 아파트로의 전환
평면 단독주택에서 수직 고층 아파트로의 전환

실리콘 기판 평면 위에 셀을 가로세로로 늘어놓던 방식을 완전히 집어던지고, 메모리 셀을 하늘 방향으로 수직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3차원 수직 적층 낸드(3D V-NAND, Vertical NAND) 기술을 전격적으로 탄생시킨 것입니다. 3D V-NAND 기술의 가장 위대한 공학적 묘미는 회로 선폭을 무리하게 줄이지 않고도 용량을 무한히 늘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3D V-NAND에서는 10나노미터의 가혹하고 위태로운 초미세 선폭을 버리고, 공정 기술이 훨씬 안정적이고 셀 크기가 넉넉한 30나노미터에서 40나노미터 수준의 널찍한 과거 세대 선폭으로 회로의 크기를 여유 있게 되돌렸습니다. 셀의 크기를 넉넉하게 키웠기 때문에 전자를 가두는 방의 부피가 다시 커졌고, 방 하나에 수천 개 이상의 전자를 넉넉하게 담을 수 있게 되어 단 몇 개의 전자가 새어 나가더라도 데이터가 흔들리지 않는 압도적인 신뢰성을 회복했습니다. 셀과 셀 사이의 물리적 거리 또한 훨씬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았기 때문에, 평면 낸드를 파괴하던 고질적인 셀 간 간섭 노이즈가 기적처럼 사라졌습니다. 바닥 평면의 선폭은 넉넉하게 유지한 채, 층수를 32층, 64층, 128층, 200층, 나아가 300층 이상으로 위로 끝없이 쌓아 올림으로써 칩의 면적당 저장 밀도를 평면 낸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십 배 이상 폭발적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이러한 수직 아파트 적층을 물리적으로 가능하게 만든 핵심 열쇠는 바로 차지 트랩 플래시(CTF) 기술과 수직 원통형 채널 에칭 공정이었습니다. 기존의 도체 플로팅 게이트는 덩치가 크고 높아서 위로 수십 층을 쌓아 올릴 때 물리적으로 잘라내어 분리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이에 반도체 엔지니어들은 전하를 가두는 방을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 질화막 스펀지로 완전히 대체했습니다. 절연체인 질화막은 전하가 옆이나 위로 번져나가지 않고 제자리에 얌전하게 갇혀 있기 때문에, 굳이 셀 하나하나를 칼로 자르듯 물리적으로 떼어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 3D V-NAND 제조 공정을 살펴보면, 산화막과 질화막 층을 번갈아가며 수백 층 높이로 마치 시루떡처럼 얇게 겹겹이 쌓아 올립니다. 그 후 최첨단 건식 식각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하여 맨 꼭대기 층부터 맨 아래 바닥 기판까지 수 마이크로미터 깊이의 미세한 원통형 수직 구멍(Hole)을 한 번에 뻥 뚫어냅니다. 그리고 이 깊은 구멍 내벽에 전하를 가두는 절연 질화막 층을 원통형 페인트칠하듯 매끄럽게 바른 뒤, 가운데에 전류가 흐르는 실리콘 기둥 파이프를 수직으로 채워 넣습니다. 이렇게 수직 구둥 하나를 뚫어 채우는 단 한 번의 공정만으로, 기둥을 타고 수직으로 늘어선 수백 개의 메모리 셀들이 찰나의 순간에 단번에 동시에 완성되는 경이로운 화학 물리적 제조 혁신을 이루어낸 것입니다. 3D V-NAND의 도입으로 인해 플래시 메모리는 쓰기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졌고, 소모 전력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으며, 셀 수명 또한 평면 낸드에 비해 최소 10배 이상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웨이퍼 한 장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기가바이트당 생산 단가가 혁신적으로 낮아짐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손톱만 한 크기의 스마트폰 안에서 512기가바이트나 1테라바이트의 거대한 저장 공간을 누리고, 초고속 테라바이트급 SSD가 전통적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완전히 밀어내고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완벽한 토대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2D 평면 낸드에서 3D V-NAND로의 기술 전환은 미세화 선폭 축소라는 2차원적 한계에 부딪혔을 때, 수직 공간으로 시야를 넓혀 단독주택을 고층 아파트로 탈바꿈시킨 반도체 공학 역사상 가장 눈부신 구조적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며, 현대의 모든 초고용량 모바일 기기와 대규모 인공지능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데이터 수요를 뒷받침하는 가장 결정적이고 중추적인 메모리 기술 혁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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